in balance, we design the center of everyday
균형 속에서, 하루의 중심을 디자인합니다.
원멘션은 매달 한 브랜드의 철학, 창작자의 이야기,
그리고 디자인에 담긴 이유를 전하며
브랜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될 순간을 만듭니다.
이사를 하거나 나만의 공간을 꾸밀 때, 가장 오래 고민하는 건 늘 가구입니다. 몇 날 며칠 사진을 들여다보고, 줄자를 들고 공간을 재며 ‘이걸 여기에 두면 어떨까?’를 상상하죠. 여유가 되면 쇼룸에 방문해 예비 반려 가구를 직접 만져보기도 하지만 확신은 멀기만 해요.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어요. 가구의 목적, 부피, 가격, 디자인, 그리고 무드까지. 반려 가구를 들이기 전, 고민해야 할 조건이 한둘이 아니니까요.
곁에 둘, 그리고 곁을 줄 가구를 찾는 일은 왜 이리 어려울까요?
완벽하지 않아도 곁에 남는 가구는 어떤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저마다 다를 거예요. 누군가는 편리성을, 또 누군가는 개성 있는 디자인을 이야기하겠죠. 단 하나의 답이 존재하는 문제는 아니니, 모두의 말이 맞을 겁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좋은 가구’의 정의는, 정의를 내리는 사람 수만큼 존재할 테니까요.
그중에 어떤 게 참인지 논쟁하기보단 각자 삶의 방향성을 살펴보는 게 더 의미 있는 일이 되겠죠. 그럼, 다시 여쭙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가구를 곁에 두고, 살고 싶으세요?
‘곁에 남기고 싶은 질서’로, 디자인, 가격, 소재 중 어디로도 치우치지 않는 가구의 균형점을 떠올린 사람들이 한곳에 모였습니다.
온라인 매체가 발전하면서 보수적이던 가구 디자인 시장도 빠르게 변했습니다. 0001의 최진영 대표는 이때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각 분야 전문가 7명으로 이루어진 0001은 한 시즌, 하나의 가구를 출시하며 철학적 실험을 이어갑니다.
그 생각에서 출발한 0001
브랜드 런칭 전, 최진영 대표는 가구 시장의 양극단의 현실을 아쉬워했습니다. 가격이 낮으면 제품의 완성도가 부족하고, 트렌드에 치우치면 개성이 사라지며, 조금만 실험적이면 ‘작가주의’로 단정되는, 극단 사이의 빈약함이 눈에 보였거든요. 그래서 팔을 걷어붙이고,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 나섰습니다.
조용하지만 견고한 확신
0001은 숨 가쁜 세상의 유행을 그대로 좇지 않고, 완벽보다는 균형을, 확신보다는 여백을 추구합니다. 가구를 가까이 볼수록 잘 느껴지는 정직함이 이러한 0001의 철학과 깊이 있는 고민을 한눈에 보여주죠.
이런 철학을 가진 가구를 내 공간에 두면 어떨까?
0001의 가구는 공간을 완성하는 오브제가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태도와 시간을 담는 매개체입니다. 균형과 여백을 가진 디자인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은 채, 신혼부부의 방이든 오래된 작업실이든, 햇살이 드는 카페의 한 켠에서도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찾아 머뭅니다. 0001은 완벽함을 강요하지 않고 곁을 내어주죠. 공공공일이 말하는 ‘곁에 남는 가구’란 결국, 누군가의 일상에 오래 머물며 삶의 균형을 닮아가는 가구입니다.
0001의 최진영 대표는 어릴 적부터 호기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그리드 종이에 가구를 설계하던 모습을 자주 엿보곤 했지요. 놀이터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낸 방배동 가구 쇼룸은 가구 디자이너를 넘어 공간의 설계자로 거듭날 그의 복선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가격과 완성도, 실험성과 실용성 사이의 균형을 탐구하며, 오래도록 진정성을 가진 가구를 만들고자 하는 최진영 대표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Q. 깊은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0001’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0001은 30년 경력의 가구 디자이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케터, 제작 관리자 등 모두 일곱 명으로 구성된 팀이에요. 브랜드명은 프로젝트의 첫 단(Sequence 0001)을 뜻합니다.
1에서 시작해서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디자인 가구들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Q. 한 시즌에 하나의 가구만 선보이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타 브랜드와의 단순한 차별화가 아니라, 0001만의 철학적인 ‘실험’이라고 느껴지거든요.
다양한 소재와 형태의 가구를 작은 시리즈로 만들어 라인업을 구축하면, 트렌드나 피드백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시리즈 내에서 변주도 지속 가능하고요.
Q. 0001이 생각하는 ‘균형 잡힌 좋은 가구’란 무엇인지 여쭤보고 싶어요.
가구는 단일 제품으로도 아름다워야 하고, 가구를 놓는 전체적인 배경과도 조화로운 황금비율을 가져야 해서 디테일이 아주 중요해요. 끊임없는 고민과 연구, 그리고 보완이 뒷받침되어야 하죠.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인 만큼 디테일을 잡는 데에는 집요함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샘플을 열 번 고치면서도, 선반의 크기와 그에 알맞은 두께 등 비례와 균형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붙든 적도 있어요.
Q. 역시 그렇군요. 0001의 가구를 보면 ‘이 절묘한 균형감을 찾아내기 위해 사전에 얼마나 많은 밑그림을 그려보았을까’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그런데 미감에만 치중한 게 아니라 사용자의 리듬을 잘 고려해서 가구가 사람과 함께 머무는 느낌까지도 들어요. 디자인할 때 사용자의 ‘생활 습관’까지 고려한 부분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가구는 사람이 쓰는 것이라 실용성과 기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해요. 특히 손이 많이 닿는 식탁, 의자 등은 더더욱 반드시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죠. 헤일로 소파 테이블의 경우, 상판 회전을 통해 소파에 앉아 있는 사람이 몸을 움직이지 않고도 물건을 가져올 수 있게 하는 기능적 요소를 고려했어요. 바닥에 앉아 노트북을 사용하는 한국 사람들의 특성과 커피를 마실 때 테이블을 이동해서 쓸 수 있도록 반영하기도 했죠.
Q. 이렇게 제품 하나하나 들이는 시간이 많으실 텐데, 이 중에서도 가장 애정이 가는 제품과 이유가 궁금해요.
가장 애정이 가는 건 카스텐이에요. 카스텐은 0001의 자체 디자인이자 첫 모델이었던 ‘IM BOX’에서 출발해, 여러 변화를 거쳐 지금의 형태로 완성되었어요.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과 중립을 중요하게 여기는 0001의 철학에 가장 맞닿아 있다고 느낍니다.
Q. 팀원분들이나 대표님 개인 공간에도 0001 제품을 두고 계신가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 믹스된 제품을 선물했어요. 집 복도 맨 끝에 배치했는데 그 자체로 공간의 질서를 만들어내더라고요. 카스텐은 정사각형 형태는 잘 정형화되어 있고, 또 깊이감이 있어서 여기에 오브제를 올렸을 때 그 오브제 자체가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연출해요.
디렉터 팀원의 실제 사용 사진
Q. ‘거슬리지 않는 깔끔함’이 매력인 0001의 가구를 직접 볼 수 있나요?
가구는 생활에 들이는 제품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경험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래서 가구를 만들면 필연적으로 쇼룸을 운영해야 해요. 저희도 작은 쇼룸을 가지고 있어요. 지금까지 4-5번 정도 컨셉과 인테리어를 변경하면서 운영해 왔고, 여기서 0001의 모든 제품을 보고,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쇼룸 -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석성로 1041-1 2동 221호
Q. 고객에게 직접 들었던 말씀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말이 있나요?
‘이런 가구를 찾고 있었다’는 말이요. 가장 기분 좋은 말이면서,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이 닿았는 확신이 들어요. 소재는 달라도 형태가 같은 가구가 많은데, 저희 가구를 꼼꼼히 살펴보시고, 어떤 소재를 썼는지, 두께감이 어떤지, 어떤 디테일을 고려하면서 제품을 만들었는지 알아봐 주실 때도 좋습니다. 좋은 말씀은 언제나 좋으니까요 (웃음). 실물이 예쁘다는 피드백이나 구매 후 너무 잘 쓰고 계신다는 말씀도 너무 감사해서 기억에 남아요.
Q. 마지막으로, ‘디테일의 밀도’를 유지하기 위해 브랜드 내부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이 있나요?
시각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가구의 두께감이나 소재에 따라 시각적으로 세련되게 느껴지는 정도가 크게 차이 나거든요. ‘실제 사용감'도 디테일의 중요한 기준이고요. 고객이 가구를 사용할 때, '아, 이런 부분들까지 생각했네'라고 느낄 수 있도록 저희가 먼저 사용해 보고, 연구하고 보완하면서 만들고 있습니다.
카스텐에 대하여
작업실에 가구가 도착했다. 예상보다 묵직한 프레임이 손끝에 닿았다. 사진으로 볼 때보다 깊은 카스텐을 벽면에 세워두니, 방 안의 공기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서너 걸음 떨어져 가만히 바라보았다. 있어야 했던 것이 ‘제자리를 찾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카스텐이 없었던 방은 뒤돌자 바로 잊힌 장면이었을 정도로.
종이를 누르는 문진처럼 지긋이 시선을 정제하는 카스텐이 좋아서 며칠 동안 일부러 아무것도 올리지 않았다. 그저 구조만 있는 채로 두어도 제 몫을 다해 든든한 기분마저 느꼈다. 시간이 지나 책상 위에 쌓아두었던 책 몇 권과 서랍에 두서없이 널브러져 있던 소품을 카스텐으로 옮겼다.
가까이에서 보니 단정하게 떨어지는 직선의 두께, 손에 닿는 단면의 색감, 사이사이 여백의 비율까지 모든 게 과하지 않고, 정확했다. 마치 가구를 쓸 사람을 관찰하고 맞춤 제작한 듯한 착각도 들었다. 과묵하고 겸손하게, 한 올도 흐트러지지 않는 카스텐을 보다 거실로 이동했다.
헤일로에 대하여
TV 앞에는 헤일로 소파 테이블이 있다. 상판을 손끝으로 가볍게 돌리는 게 가능해 기분 따라 테이블 구조를 바꾸기 쉽다. 내 손끝을 따라서 조명을 비추듯 각도가 바뀌고, 그 위에 놓인 물건들이 이전과 방향을 달리해도 변함없는 아름다움. 움직이지만 산만하지 않고, 멈춰있지만 답답하지 않다.
카스텐과 헤일로. 직선의 질서와 곡선의 유연함. 두 가구는 전혀 다른 모양이지만, 본질적으로 같은 질문에서 출발했다.
‘좋은 디자인은 합리적인가?’
0001은 그 질문의 중심에서 답을 만든다. 값비싼 소재와 화려하기만한 디자인 대신 오래 남는 모양과 공간의 비율을 무너뜨리지 않는 구조로. 그 중립의 감각이, 쓰는 사람의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요즘은 이 가구들 덕분에 집이 조금 더 정직한 곳이 되었다.
0001은 형태가 곧 태도가 되는 가구를 만드는 것 같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중심을 가진,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디자인을.
‘카스텐’이 직선의 질서를, ‘헤일로’가 곡선의 유연함을 말한다면, 그 사이에 있는 여백이 바로 0001의 디자인이다. 디테일은 눈에 띄기 위한 것이 아니다. 가까이 볼수록, 오래 바라볼수록 느껴지는 정직함이다. 결과 결 사이의 간격, 모서리의 곡률, 표면의 빛 반사. 모든 디테일은 완벽함이 아니라 균형감을 위해 존재한다.
카스텐 - 박스 형태의 답답함은 보완하고, 고유한 안정감은 깊게 남겼습니다.
독일어로 상자를 의미하는 카스텐(KASTEN)은 간결한 선과 형태로 실용성과 미감을 모두 잡은 수납함입니다. 미드 센추리 모더니즘을 현대식으로 해석하면서 본질에 충실하게, 장식을 배제하고 형태에 집중했어요.
보통의 모듈 선반은 프레임 안에 얇은 벽면을 끼워 넣는 구조로 만들어지는데요. 카스텐은 그 반대입니다. 프레임 안으로 이미 완성된 하나의 박스를 넣어, 더 단단하고 안정적인 균형을 만들어냅니다.
이 구조는 단순히 ‘흔들리지 않는다’는 기능적 장점을 넘어, 가구가 공간 안에서 스스로 중심을 잡는 힘을 보여줍니다. 시간이 지나도 틀어지지 않고, 손으로 밀어도 쉽게 흔들리지 않죠. 이런 디테일 덕분에 0001의 가구는 기준점이 되어 공간을 단단히 붙잡아줍니다.
또 박스형 구조라 측면의 단면에서 컬러가 얇은 선처럼 드러나는 미감도 볼 수 있습니다. 색을 ‘칠한’ 게 아니라, 구조 자체가 색을 품고 있는 셈이죠. 빛이 닿을 때마다 단면의 색이 은은히 드러나 단정한 선 안에서도 경쾌한 리듬을 만들어줍니다.
결국 카스텐은 기능과 미감을 하나의 구조로 통합한 선반입니다. ‘견고함’은 곧 ‘아름다움’이 되고, ‘균형’은 결국 ‘태도’가 되는 순간을 보여주죠.
헤일로 - 위에서 봤을 때,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우주의 구성 요소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면, 원형은 결코 빠질 수 없는 본질적인 형태입니다. 별을 감싸는 빛의 고리, 광륜을 의미하는 헤일로는 이 순수한 형태적 가치를 가구로 풀어낸 시리즈예요. 과거 사람들이 상상했던 미래의 모습을 표현한 레트로 퓨처리즘을 현대식으로 해석해, 은은하게 빛이 퍼지는 듯한 곡선형 실루엣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빛과 원형의 조화에서 영감받은 헤일로는 가구의 물리적 형태를 넘어, 공간에서 호흡하는 오브제가 됩니다. 아침의 직사광 아래에서는 선명하게, 저녁의 간접조명 아래에서는 부드럽게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공간의 분위기에 따라 다른 표정을 지어요. 보다 유기적으로 자유롭게, 또 조화롭고 우아하게 가구가 공간의 일부를 밝히는 방식을 실험합니다.
LIFE에 @해보세요.
소개된 브랜드의 인기 상품을 소개해 드릴게요.
로그인 하시겠습니까?